TEXT
산짐승과
가축의 윤리학
나나 | @norangmeansX
1
너는 들에서 왔나?
현철이 물었다. 그의 아래턱에서 발달한 엄니는 명헌의 대퇴부처럼 길고 두꺼웠다.
들짐승은 오래 전에 멸종했뿅.
명헌은 누더기옷을 풀어헤쳐 사과 한 알을 꺼냈다. 현철은 착취자들의 피부처럼 흰 명헌의 가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킁킁. 현철은 명헌의 냄새를 맡다가 다시 숨을 길게 내뱉었다. 그의 숨결은 산사에 자욱한 안개와 같은 성질을 지녔다. 그 어떤 겁박도 공중을 부유하는 실체를 가두지는 못할 터였다. 명헌은 현철의 엄니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붙들어 갈비뼈로 끌어당겼다. 둥글게 부푼 가슴 아래에 엄니가 닿았다. 그다지 조심스럽지 못했던 움직임에도 현철은 노여워하지 않았다.
영토를 침범하면 이것으로 꿰어버린다고 들었뿅.
명헌이 속삭였다. 촉촉한 코를 손등으로 문지르다가 쥐고 있던 사과를 주둥이 앞에 놓아주었다. 억센 털이 자리한 목덜미를 두드려주자, 현철은 뒤로 물러나며 낮게 울었다. 뼈가 부서졌다가 맞춰지는 소리와 살갗이 찢어졌다가 새로 돋아나는 소리는 무섭도록 선명하여 골짜리의 모든 미물들이 들을 수 있었다. 어떤 변용은 고통스럽게 보였다. 그러나 그것이 자연스럽지 않다는 뜻은 아니었다. 현철은 단단한 제 어깨를 주무르며 두 다리로 섰다. 인간의 몸은 덜 단단했으나 손을 자유롭게 쓸 수 있었다. 사과를 쥔 현철의 손은 크고 두꺼웠다. 과육이 부서지는 소리는 경쾌했고 달콤함은 그보다 뒤에 도달했다. 명헌은 현철의 팔꿈치로 흘러내리는 과즙을 핥으며 몸을 갈아입었다. 풍만한 유방조직은 누를 수 없을 정도로 굳고 단단한 모양으로 바뀌었다. 어떤 변용은 자연스럽게 보였다. 그러나 그것이 통증을 동반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었다. 현철은 식은땀을 흘리는 명헌에게로 고개를 숙여 킁킁거렸다.
마녀였군.
명헌은 누더기옷을 벗어던지고 그 위로 침을 뱉었다.
아니, 나는 가축이었뿅.
현철은 숨을 쉬는 걸 잠시 잊었다.
뿅뿅.
송곳니 자국이 나란히 그리고 무수히 명헌의 나신을 채우고 있었다.